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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하다

우울하다

우울하다…

스트릭

2026년 3월 21일 실수로 스트릭이 끊겼다.
끊어진 스트릭 한승준은 완전히 멘탈이 나가버렸습니다.
19일엔 문제를 해결한줄 알았지만 “틀렸습니다.” 하나만 찍혀있고 스트릭 프리즈 아이템이 사용되었다.
20일엔 그냥 아무 생각도 없이 지나가버렸다.(미친것 같다)
어떻게 1490일동안 하던 행동을 까먹어버릴 수 있는지 신기하면서 너무 허무했다.

실수를 한 이유

  1. 프로젝트의 시작
    일주일 전부터 erp개발 프로젝트가 시작되면서 정신이 어지러웠다.
    프로젝트의 매니저를 맡아서 전체적으로 어떻게 설계해야 원활하게 프로젝트가 굴러갈지, 그리고 나는 어떤 태도를 가져야할지를 고민하느라 머리가 아팠다.
    회사에 들어가면 오랜 연인에게 소홀해지고 결국 헤어진다는 그런 이야기가 떠올랐다.

  2. 친구의 부름
    내가 문제를 놓친 두 날 모두 친구가 불렀다.
    이건 뭐… 만난걸 후회하진 않는데 그냥 내가 문제풀이에 소홀했던거지….ㅠㅠ

심정

속상하긴한데 어떻게 보면 날 속박하던 족쇄가 풀린 느낌도 있다.
매일 의무적으로 쉬운 문제를 하나 대충 1분만에 해결하고 다음날도 시간없으면 브론즈 문제로 떼우고 하는 일이 정말로 생산성이 있었을까?
처음 알고리즘을 접했을 때, 어려운 문제를 하루, 이틀 걸쳐서 고민하고 해결했을 때의 쾌감을 생각하면 고작 스트릭을 위해 억지로 쉬운문제를 푸는 것이 내 성장을 막았을지도 모른다.
1490일동안의 연애가 끝난 것 같은 기분이다.
그냥 공허할 뿐이다.
근데 이 상황을 보니깐 내가 좋아하던 시가 떠올랐다.
나희덕 작가님의 [땅끝]이라는 시다.

산 너머 고운 노을을 보려고
그네를 힘차게 차고 올라 발을 굴렀지.
노을은 끝내 어둠에게 잡아먹혔지.
나를 태우고 날아가던 그넷줄이
오랫동안 삐걱삐걱 떨고 있었어.

어릴 때는 나비를 좇듯
아름다움에 취해 땅끝을 찾아갔지.
그건 아마도 끝이 아니었을지도 몰라.
그러나 살면서 몇 번은 땅끝에 서게도 되지.
파도가 끊임없이 땅을 먹어 들어오는 막바지에서
이렇게 뒷걸음질치면서 말야.

살기 위해서는 이제
뒷걸음질만이 허락된 것이라고.
파도가 아가리를 쳐들고 달려드는 곳
찾아 나선 것도 아니었지만

끝내 발 디디며 서 있는 땅의 끝,
그런데 이상하기도 하지.
위태로움 속에 아름다움이 스며 있다는 것이
땅끝은 늘 젖어 있다는 것이
그걸 보려고
또 몇 번은 여기에 이르리라는 것이   

- 나희덕 [땅끝]

지금 땅끝에 있는 것처럼 느끼는건 맞는데 땅끝은 늘 젖어 있다.
새로운 바다가 시작되는 것이다.
긍정적인 태도로 새로운 목표를 향해 가야겠다.

마무리

스트릭이 깨진 날은 이 글을 쓰는 날의 어제 벌어진 일이다.
어제는 너무 우울해서 최성(한국사람) 노래를 들었고, 친구를 불러 소주를 마셨다.
친구들 톡방에 저녁 먹을 사람을 구했을 때, 아무도 없어서 슬플 뻔했지만 정환이가 나와줘서 고마웠다.
다음날도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영빈이와 러닝을 할 생각이다.
점점 정리가 되고 머리가 오히려 맑아진다.
이번 실수에 대해 나에게 “정신 차려!”라는 말보단 “고생했어”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이젠 다시 어려운 문제를 고민하고 문제 자체를 즐기던 나로 다시 돌아와보겠다.
안녕 내 스트릭….잘 가.

This post is licensed under CC BY 4.0 by the author.